1990년 6월 2일 아침, 잠에서 깬 남편 김 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안방 바닥이 피로 흥건한데다, 문지방에 피가 잔뜩 묻은 칼이 놓여있었던 것. 깜짝 놀라 다급히 집안 곳곳을 살피는데, 안타깝게도 아내와 딸, 아들은 모두 칼에 찔린 채 사망한 상태였다. 지난 밤, 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용의자로 떠오른 건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남편 김 씨. 하지만 남편의 셔츠에는 어떤 혈흔도 검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흉기 역시 남편의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더 이상 단서를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수사가 이어지던 상황. 이후 이정빈 법의학자가 투입돼 시신을 다시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고, 곧 결정적 단서가 발견됐다. 아내의 경우 가슴 부위를 무려 14차례나 찔렸는데도 방어흔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던 것. 이정빈 교수는 “아내가 자녀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자해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충격적인 결과에 안현모는 “조그마한 손으로 공격하는 엄마의 칼을 막아냈을 아들의 심정이 너무 끔찍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이혜원은 “엄마가 범인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