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분 2003-11-07 금 시인을 꿈꾸던 서른 여덟의 영훈. 그는 천직이라 믿던 국어교사에서 밀려나 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 수업에 대한 열정도, 학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없는 그에게 있어서 시는 유일한 탈출구다. 반면 그의 아내, 정례는 한마디로 억척 그 자체다. 생식 배달 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요, 아파트 이웃들의 김치까지 담가주며 생활비를 번다. 무능한 남편에겐 핀잔하기 일쑤고, 필요하면 욕지거리도 서슴지 않는 괄괄한 성격이다. 어느 날, 정례가 갑자기 뛰어든 여자를 배달 차로 들이박는 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자가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요구한다는 말에 응원군 차원에서 아내와 함께 그곳에 나갔던 영훈, 그런데 그 피해자는 첫사랑 혜연이었다. 생활력 강하고 터프한 정례와는 달리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여자 혜연. 영훈은 혜연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던 사춘기 시절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잊고 있던 시에 대한 열정까지 되찾으며 묘한 설레임에 휩싸인다. 혜연에게로 점점 가까이 다가가던 영훈은 혜연의 남편이 합의금 천만원이 없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혜연이 보상금을 요구했던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영훈은 학교를 나오면서 받았던 귀중한 퇴직금을 혜연에게 전해 준다. 혜연은 이것이 옳지 않은 짓이라는 걸 알지만 감방에 있는 남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돈을 받아든다. 한편, 생식배달에 아파트 김치까지 도맡아 담그며 억척을 떨던 정례는 영훈과 혜연의 관계를 눈치채고 시동생 영진에게서 그 둘이 사실 연인 사이였음을 알아낸다. 더구나 남편이 자신 몰래 퇴직금을 첫사랑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데...